[여행/길 떠나는 마음]

  • 입력 1998년 5월 20일 19시 28분


얼마나 잤는지 모릅니다 이마 언저리가 따뜻해지는 느낌에 눈을 뜨고 밖에는 햇볕이 소곤소곤 밀려 와 있습니다 문을 빼꼼히 열어 봅니다 아직은 차갑지만 상쾌한 바람이 살짝 손가락을 깨물고 지나갑니다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기지개를 켜 봅니다 알 수 없는 힘 한줄기가 전신을 스칩니다 둥근 벽시계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열시 반이에요” 부끄럽게 속삭입니다

(박재도 ‘일기’전문)

제발 등떼밀지 마십시오. 어지럽습니다. 눈이 핑핑 돌고 숨이 헉헉 막힙니다. 좀 느리게 살고 싶습니다. 가끔 게으름도 피우고 싶습니다. 가장 낮은 땅에서 가장 낮은 키로 꽃을 피우는 들꽃처럼 살고 싶습니다. 그 까짓 출세 좀 안하면 어떻습니까?

<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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