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벌어진 한국 대 체코축구대표팀의 평가전.
한국월드컵대표팀 차범근감독은 전반에 골을 넣었던 체코의 장신 골잡이 로크벤치(1m92)가 그라운드에 짚단처럼 쓰러지자 쾌재를 불렀다.
큰 몸집을 앞세워 한국 문전을 거칠것 없이 헤집던 로크벤치를 강력한 태클로 저지한 한국의 수비수는 스토퍼 이상헌(23·LG).
이날 한국은 후반 교체 멤버로 들어간 이상헌이 로크벤치를 완벽하게 봉쇄하면서 불안했던 수비진이 제자리를 찾았고 이를 바탕으로 총공격을 감행해 2대2 동점을 만들수 있었다.
차감독은 “경기의 수훈갑은 과감한 태클과 강력한 밀착 마크로 체코 골잡이를 완벽하게 막아낸 이상헌”이라며 “프랑스월드컵에서도 이상헌과 같은 수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빡빡머리에 인상마저 험상궂어 ‘노지심’으로 불리는 그는 힘이 장사인데다 투지와 근성도 대단하다.
올림픽대표로 96애틀랜타올림픽 지역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오른쪽 이마를 다치고도 헤딩으로 골을 넣어 한국팀의 승리를 이끌 정도로 근성있는 플레이를 펼치는 그다.
“식당일을 하면서 어렵게 삼형제를 키운 어머니를 떠올리면 불끈 힘이 솟는다”는 그는 그라운드에서는 무서운 투사지만 사실 속은 무르기만 한 ‘순둥이’.
지난해 월드컵대표팀에 선발됐다가 주전으로 기용이 되지 않자 반항을 하는 바람에 탈락했던 그가 올초 머리를 깎고 눈물로 차감독에게 용서를 빌고 대표팀에 복귀한 것은 그 좋은 예.
삭발을 하면서 정신을 다잡은 그는 대표팀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착실이’로 변신했다.
그는 “월드컵본선에서 출전 기회가 주어지면 그라운드에서 죽는다는 각오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