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씨름판 「이태현 파동」…넓고 길게보자

  • 입력 1998년 6월 12일 19시 12분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큰 재산은 선수. 따라서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한 구단들의 경쟁은 결코 나무랄 것이 못 된다.

그렇다면 선수를 볼모로 한 구단들의 담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담합이 씨름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

볼모로 잡힌 선수는 이태현(22). 그를 두고 전선을 형성한 구단은 LG 동성 진로의 연합군과 현대의 단독군.

발단은 이태현이 속한 상비군이 지난달 여수대회를 끝으로 해체된 것. 현대는 자유계약선수인 이태현과 4월 계약금 2억원, 연봉 1억원에 계약했다며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세팀은 현대와 이태현의 계약을 백지화하고 상비군 전체를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실시하자는 입장. 이들은 이태현이 현대로 갈 경우 팀 해체까지 불사하겠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세 팀은 “이태현이 현대로 가면 모래판의 균형추가 급격히 현대로 쏠린다”며 “씨름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드래프트가 성사돼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세팀 가운데 동성과 진로는 이태현이 가더라도 걸맞은 대우를 해줄 힘이 없다는 점. 진로의 김학룡, 동성의 황경수단장 모두 9일 한국씨름연맹 이사회에서 “돈이 없다”고 시인할 정도다. 가뜩이나 씨름의 인기가 곤두박질하고 있는 시점이다.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이태현까지 모래판에 염증을 느끼고 떠난다면 씨름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선수도 살고 모래판도 사는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해본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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