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가 얻은 프리킥 찬스를 골문에서 달려나온 그가 차게 된 것. 한껏 폼을 잡은 그는 이윽고 강한 왼발 슛을 날렸다. 골대의 왼쪽 모서리로 날아가던 볼은 불가리아 골키퍼의 쳐내기로 아슬아슬하게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스탠드에서는 ‘아, 역시…’란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사실 이날 경기가 축구팬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것은 그가 있었기 때문.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33).
‘골 넣는 골키퍼’, ‘21세기형 수문장’에서부터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힌 철부지’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름앞에는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화려한 골게터가 아닌 최후방 수문장인데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그의 차지다.
89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칠라베르트는 A매치 34경기에서 4골을 기록한 명물 골키퍼. 월드컵 예선에서도 11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칠라베르트는 그 명성대로 평범함을 거부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