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삼성 베이커, 『나이스 피처』

  • 입력 1998년 6월 18일 19시 12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버텨야겠지만 베이커가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현대와의 원정 3연전을 앞둔 삼성의 임호균 투수코치가 17일 타는 속내를 털어놨다. 중간계투요원이 부실한 탓에 선발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큰 삼성. 그러기에 김상엽 성준 등 선발요원들의 부상과 부진의 타격은 컸다. 그런 삼성이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중간계투용으로 수입한 스코트 베이커(28)의 뜻밖의 활약때문. 베이커는 17일 현재 7승2패로 위재영 최원호 정민태(이상 현대) 최향남(LG)과 함께 다승부문 공동1위에 올라있다.

95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뛴 메이저리그 출신 베이커는 처음부터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시즌개막전 시범경기에서의 투구내용도 시원찮았고 인터벌이 짧은 투구폼도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시즌에 돌입하자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즌 첫 경기인 4월 17일 OB전에서 6이닝동안 3안타만 내주며 무실점 첫승을 따낸 뒤 23일 해태전에서도 승리를 추가했다.

이후 4경기에서 1승2패로 주춤했지만 5월 24일 LG전 승리를 시작으로 4연승. 이중 10일 롯데전과 15일 한화전은 연속 완투승으로 장식했다.

베이커가 국내타자들의 헛방망이질을 유도하는 이유는 바로 이상한 투구폼. 국내선수들이 최대한 팔을 끌고 나가 볼을 놓는 데 반해 베이커는 테이크백 후 곧바로 볼을 뿌린다. 따라서 국내 투수들에 익숙한 타자들은 도대체 직구인지 변화구인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것.

낙차 큰 커브도 한몫을 한다. 분명히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는데도 포수가 미트를 거의 땅바닥에 대고 잡을 정도다.

베이커의 위력이 일시적인지 아닌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안다. 그러나 그가 삼성의 선발투수진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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