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한­일축구의 「실패와 성공」

  • 입력 1998년 6월 21일 20시 12분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

차기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98프랑스월드컵에 나선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2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할 능력을 갖춘 양국이지만 축구 실력만큼은 아직 세계의 높은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드러났다.

그렇지만 16강 벽을 넘지 못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엇갈린다.

월드컵에 다섯번째 출전하는 한국이 네덜란드에 참패하자 “한국의 실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느냐”는 반응인데 비해 아르헨티나 크로아티아 등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선전한 일본은 “첫 월드컵 출전치고는 대단한 경기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월드컵 초년병인 일본이 아시아에서 월드컵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보다 주목을 끄는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투자의 결과다.

68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상승세를 구가했던 일본축구가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자 70년대말부터 축구인들을 주축으로 프로리그 탄생을 위한 준비를 했다.

이들은 전용구장 건설과 같은 기반 시설 투자와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유학, 외국 스타들의 영입 등을 통해 20년 가까이 착실하게 준비한 뒤 93년 10개팀으로 프로축구 J리그를 탄생시켰다.

현재 J리그는 유럽 프로리그 못지 않은 수준. 둥가 삼파이오(이상 브라질), 음보마(카메룬), 페트로비치(유고) 등 이번 월드컵에서 각국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스타들이 J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대표팀 선수들은 국내리그에서 이미 월드컵에 버금가는 수준높은 경기를 체험하며 실력을 닦아왔다.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이 단기간의 집중적인 ‘반짝 투자’로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님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