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성적부진」 책임은 감독몫

  • 입력 1998년 6월 23일 19시 46분


LA다저스 박찬호가 최악의 투구로 패전투수가 된 22일 빌 러셀감독이 전격 해임됐다. 국내에선 롯데가 15일 김용희감독을 이미 해임했다. 한 경기를 남겨놓은 채 중도하차한 월드컵축구팀의 차범근감독도 22일 쓸쓸히 귀국했다. 감독이란 자리는 그만큼 힘들다.

이들의 해임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이 그것이다. 그러나 팬은 결과만 보지 원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성적부진이 팬을 흥분시킨다면 선수의 부상은 감독을 미치게 만든다.

전문가들과 매스컴이 전력을 과대평가해 팬을 잔뜩 기대에 부풀게 해놓고는 나중에 더 심한 비판과 질타를 하고 있지 않은 지 이번 기회에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필자는 요즘 OB팬과 김인식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개막전 OB를 현대와 더불어 2강에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현대는 쾌속질주를 하고 있지만 OB는 좀처럼 상위권 진입을 못하고 있다. 잔뜩 기대를 걸었던 OB팬 입장에서 보면 뭐가 문제이냐는 의문을 품을 게 뻔하다.

팬은 현대가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부상선수가 적시에 복귀하고 있는 반면 OB는 권명철 김상호 등 주력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빠져 있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철저한 분석없이 팬을 부추긴 전문가나 매스컴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감독은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쫓겨나는 감독에게 회한의 여지는 있어도 변명의 기회는 없다. 그게 감독과 장외 전문가의 차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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