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鄭회장 성과]미리 가본 「금강산 관광길」

  • 입력 1998년 6월 23일 19시 52분


꿈에도 그리던 금강산 1만2천봉. 그 봉우리 봉우리가 이루는 장관을 올 가을부터는 그림이 아닌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까.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은 23일 방북기자회견에서 “올 가을쯤이면 우리 모두 금강산 구경을 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혀 금강산 관광은 이제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50년만에 열릴 금강산 관광길, 미리 더듬어본다.

▼속초∼원산∼금강산 코스 유력〓부산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속초에 들렀다가 원산항이나 금강산 입구의 장전항에 내리는 두 코스가 유력하다. 현대측은 정명예회장의 89년 방북 때 이 코스를 토대로 금강산 개발계획을 대강 그려놓은 상태. 앞으로 정부 및 북한측과 실무적인 협의를 통해 코스를 확정할 계획이다.

장전항은 금강산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이긴 하나 접안시설 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장전항보다 더 북쪽에 있는 원산항은 항구시설이 비교적 잘돼 있어 대형선박의 입항이 쉽고 금강산까지 일반도로와 철로가 잘 갖춰져 있어 관광객들을 맞는데 별 문제가 없다.

현대측 실무진은 장전항보다는 원산항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가 구상하고 있는 관광일정은 일단 4박5일 코스.

속초에서 오후 일찍 출발해 7,8시간 동안 천천히 배를 몰아 해금강 등 해상 절경을 구경한 뒤 저녁에 원산항에 내려 1박을 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철도나 버스로 금강산까지 이동해 하루동안 금강산을 둘러보고 저녁에 다시 원산항으로 돌아와 배에서 투숙하는 식이다.

▼타이타닉호급 유람선으로 매일 1천명씩 실어나른다〓현대는 매일 1천명을 금강산으로 보낸다는 계획. 여기에다 7백명 가량 되는 승무원을 태우려면 3만∼4만t급의 배가 필요하다.

현대는 길이 1백30m, 높이 40m, 폭 25∼30m 정도에 10층 규모로 5백여개의 객실을 갖춘 타이타닉호급의 배를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구하고 있다. 대당 4천만∼6천만달러에 5,6척을 구입할 계획.

금강산 일대에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이 배에는 대규모 숙박시설과 카지노 극장 수영장 등 레저시설도 갖추게 된다.

▼명사십리 총석정 등 절경 즐비〓89년 당시 정명예회장과 북한 당국간에 합의가 이뤄진 개발 후보지역은 △명사십리 △금란지구 △총석정 △시중호 등 4곳. 이 곳은 모두 가까이에 있어 관광명승지로 주요 관광코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산 남동쪽 4㎞에 위치한 명사십리는 바닷가 10리에 걸쳐 뻗어 있다 해서 이름이 붙여진 천혜의 해수욕장. 8㎞의 흰모래는 바닷물을 흔히 볼 수 없는 옥빛으로 만들고 있다. 붉은 해당화가 백사장을 가로질러 피어 있다. 해당화 행렬의 뒤편에는 송림이 길게 퍼져 있다. 푸른 송림, 붉은 해당화, 흰모래, 옥빛 바다가 어울려 명사십리를 동양최고의 해수욕장으로 만들고 있다.

시중호는 원산과 금강산의 중간에 있는 호수. 원래 바다이던 곳이 바다와 떨어져 이루어진 석호로 길고 가는 백사장이 호수와 바다를 갈라놓고 있다. 백사장의 동쪽은 동해바다, 서쪽은 드넓은 호수인 셈인데 그 가운데에 푸른 송림이 행렬을 이루고 있다.

총석정은 금강산 북쪽에 위치한 통천항에서 배를 타고 4㎞쯤 북상하다보면 바닷가에 약 1㎞에 걸쳐 우뚝 우뚝 솟아있는 6각형 돌기둥 무리들. 예부터 관동팔경의 으뜸으로 선비들이 즐겨찾던 절경.

특히 바다에서 보면 더 좋은데 수천수백개의 모난 돌기둥들이 오랜 세월에 걸친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기묘한 형태를 연출하고 있다.

통천군의 금란산 일대를 가리키는 금란지구는 금란굴 등이 유명하다. 금란굴은 바닷가 절벽에 형성된 천연동굴로 굴안에는 7,8쌍의 돌기둥이 거꾸로 매달려 수면에서 한뼘가량 떠 있는데 입구에서 가까울수록 붉은빛을, 안으로 들어갈수록 푸른빛을 띤다.

▼관광단지 개발〓정명예회장은 이번 방북길에 금강산 개발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뿐만 아니라 숙박 레저 교통 등 기본시설 건설 등 일부 개발사업에 대해 상당한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회고록 ‘이땅에 태어나서’에서 “89년 1차 방북 때 금강산을 골프장 스키장 비행장 백화점 호텔 등이 들어서는 국제 관광단지로 개발하고 그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되도록 한 뒤 하루 4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현대측은 금강산 개발 및 관광사업이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채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외국인들의 관광이 용이하도록 국제적인 규모를 갖추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이에 따라 카지노를 갖춘 외국인전용 종합레저타운을 조성할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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