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마다 금메달을 향한 함성이 가득하고 선수단 모두 종합2위의 꿈을 불태울 때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뭔가 맥이 빠져 있고 선수들의 얼굴에도 활기가 보이지 않는다. 지원부서도 모두 울상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올해 태릉선수촌의 훈련예산은 51억3천5백만원. 지난해의 60억원보다 15%가량 줄었다. 올 훈련목표일수가 지난해의 2백30일보다 24일이나 줄어든 것도 이때문이다.
각 종목의 해외전지훈련도 대폭 축소했고 파트너 훈련인원을 줄이는 바람에 유도 복싱 등 투기종목은 훈련상대를 구하느라 고심중이다.
태릉선수촌 관계자는 “먹는 것을 빼고는 모두 줄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보니 숙소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 선수들은 “무더위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소연이다.
당초 대한체육회가 정했던 방콕아시아경기 선수단 규모는 94년 히로시마대회때보다 15명이 많은 7백40명. 그러나 지난해 예산편성당시보다 환율이 껑충 뛰어 이 선수단을 보내려면 6억원가량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돈을 마련할 길이 없다는 점. 방법은 제살깎기뿐이다. 대한체육회는 이에 따라 2백20명을 줄여 5백20명만 파견하기로 했다. 이는 히로시마대회는 물론 90년 베이징대회의 6백94명에도 크게 못미치는 규모.
선수촌 퇴출의 기준은 메달 획득 가능성. 그러다 보니 현재 입촌중인 32개 종목의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눈치 보기에 정신이 없다.
월드컵 축구 바람도 선수들에겐 달갑지 않다. 이때문에 태릉선수촌에 눈길 한번 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축구는 월드컵 16강에조차 들지 못했는데도 그 난리인데….”
말끝을 잇지 못하는 한 비인기종목 선수의 넋두리가 절실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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