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 오줌보 ▼
공을 차거나 들고 달려 목표지점에 먼저 갖다놓는 팀이 이기는 멜라이스(Mellays)라는 중세 유럽의 경기에서 동물의 방광을 부풀려 사용. 자연상태의 방광은 축구공이라기보다는 럭비공에 가까운 타원형, 19세기초에 방광을 세 쪽으로 나눠 가운데 부분을 빼고 양쪽 반구(半球)를 꿰매 동그랗게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게 축구공의 원조라는 설이 유력.
▼ 공에도 팀웍이 ▼
모양과 성능을 향상시키려고 여러조각의 쇠가죽을 ‘짜깁기’하기 시작했는데 19세기초에 탄생한 최초의 정식 축구공은 8조각. 이후 12조각 18조각 26조각을 걸쳐 32조각으로 발전. ‘이상적 축구공은 70조각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내구성이 떨어져 아직은 제작 불가능. 월드컵 축구공은 70년 멕시코대회 이후 줄곧 32조각. 86년 멕시코대회 때부터 인조가죽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중요한 것은 축구공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얻어 맞으면서도 실밥 하나라도 터지면 ‘퇴출’당하는 가혹한 운명이라는 사실.
▼ 1년에 1억개가… ▼
국내 연간생산량 50만개. 전세계적으로는 7천만∼1억개. 주요 생산국은 한국 모로코 파키스탄 태국 등으로 직접 만드는 사람은 1만여명으로 추산. 주로 제3세계 어린이들이 노동력을 제공한다.
▼ 죽도록 맞아야… ▼
지난달 26일 잉글랜드와 콜럼비아의 경기에서 축구공이 얻어맞은 ‘강펀치’는 약 5백차례. 슈팅 20여회, 코너킥을 포함한 센터링 20여회, 패스 4백여회(롱패스 1백여회), 헤딩 40여회(헤딩슛 10여회). ‘잽’에 해당하는 단독 드리블은 계산에서 제외.
그러나 이 정도는 새발의 피. FIFA의 월드컵공인구 심사과정에서 기계장치로 축구공은 8만번을 걷어차이며 탄력테스트를 받는다. 또 꾹꾹 눌러주는 기계에 고정돼 3천여회 ‘외압’에 시달리며 1천번마다 압력체크를 받는다. 이밖에도 방수성실험에서 3백시간 이상을 물속에 잠겨있어야 하는 등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다.
▼ 축구공의 독백 ▼
“선수들은 나를 죽어라고 걷어찬다. 호나우두나 베르캄프같은 골잡이들이 차면 시속 1백20㎞가 넘는다. 브라질의 카를로스는 시속 1백50㎞까지 날린다. 최용수도 시속 1백30㎞짜리 슈팅을 한다. 내가 견딜 수 있다고 믿기에 그들은 쏜다. 여자선수는 잘해야 시속 80㎞로 ‘안마’해준다.”
▼ IMF와 축구공 ▼
여러조각이 단단한 짜임새로 ‘팀’을 이루는 축구공. 골을 일궈내는 선수들. FIFA보다 IMF라는 이름에 더 친숙한 사람들은 축구공에서 뭔가 느끼는 게 있을듯.
삼성경제연구소 김준환박사. “우리는 뛰어난 리더(선수)와 조화를 이루는 탄탄한 조직(축구공)의 일부(조각)가 될 것이냐, 자유자재로 드리블하며 강력한 슈팅을 날리는 한 팀의 프로선수가 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강한 조직력도, 섬세한 개인기도 없는, 모래알과 같이 살았다. IMF시대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축구공인 동시에 호나우두가 돼야 한다. 축구공처럼 조직적이면서 뛰어난 개인기를 지닌 실력자. IMF체제의 끝은 ‘축구공 같은 프로’의 세계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 역대 월드컵 공식 사용구(球)
▼70년 멕시코, 74년 독일〓텔스타.
가죽소재로 최초의 점박이공. 아디다스 최초의 32조각 공.
▼78년 아르헨티나, 82년 스페인〓탱고.
‘삼각형이 만드는 원형조화’ 탱고디자인의 시초. 최초의 방수처리 가죽 사용.
▼86년 멕시코〓아즈테카.
‘소가죽과 같은 인조가죽의 탄생’. 최초의 100% 인조가죽 축구공.
▼90년 이탈리아〓에투르스코.
개선된 방수 인조가죽 축구공. 사자머리 디자인.
▼94년 미국〓퀘스트라.
공기층이 함유된 합성수지 표피로 반발력과 정확성 향상. 중거리 슛을 막아야 하는 골키퍼의 악몽 시작.
▼98년 프랑스〓트리콜로.
프랑스를 상징하는 3색무늬 축구공. 공기층의 균일화로 공의 스피드, 바나나킥의 정확도 향상. 공기저항을 줄이는 특수코팅.
▼2002년 한국 일본〓태극? 후지산?
일본과 한국의 문화를 동시에 반영하는 이름 선정 중. 제품개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