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조진호, 언어장벽부터 극복하라

  • 입력 1998년 7월 21일 19시 22분


조진호(23·보스턴 레드삭스)가 마운드에 서 있는 것을 보노라면 딱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경기 도중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투수코치나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 무슨 이야기를 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아무 말도 알아듣지 못하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하물며 라커룸에서 어떠할까를 상상하면 안타까움을 넘어 구단은 대체 뭘 하고 있나 하는 원망감마저 든다.

그는 아직 메이저리그가 무엇인지, 미국 문화와 관습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말이 통하지 않아 겪을 정신적 고통까지 감안할 때 그의 3전 전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스포츠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된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투수의 경우엔….

박찬호의 성공에는 에이전트 스티브 김이 야구 외적인 면에서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뒷바라지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골프 여왕’ 박세리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면 과연 소질만으로 우승이 가능했을까. 캐디가 까다로운 그린의 라이를 조언해줄 때 거꾸로 받아들이거나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면 박세리의 정상정복은 어려웠을 것이다.

보스턴 구단은 조진호에게 기술적인 문제보다 먼저 한국인 통역이나 매니저를 붙여주는 게 성공을 앞당길 수 있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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