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구장의 경우 관중 3천명 넘기기가 쉽지않다. ‘대목’으로 불리는 일요일인 19일에도 잠실구장을 찾은 관중은 불과 2천3백7명이었다.
그래도 서울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선동렬과 이종범이 빠져나간 해태 홈구장 광주의 경우는 처절할 정도. 일요일이었던 지난 12일 광주구장을 찾은 팬은 고작 2백24명. 광주구장이 감정을 가진 생명체였다면 미쳐버렸을 지도 모른다.
프로야구 정규리그 전반기 2백65경기를 찾아온 관중은 모두 1백65만5천32명. 지난해 같은 경기 수와 비교했을 때 무려 29%나 줄었다.
한국야구위원회를 비롯해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관중감소의 이유를 경제난의 여파로 돌렸다. 물론 근거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여파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찾아온 팬마저 내쫓는 ‘엉뚱한’ 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11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현대와 쌍방울의 후반기 첫경기. 쌍방울 김성근감독은 마운드가 규정보다 높다는 것을 시비로 30여분간 경기를 지체했다. 김감독의 지적대로 마운드는 규정에 어긋난 것으로 판명됐다. 그의 행동은 정당했다. 하지만 한가지 그가 잊은 것이 있었다. 관중석에서 경기가 열리기만 기다리는 팬이 있다는 것.
또 한가지. 어느 팀이라 말할 것도 없이 껄끄러운 팀을 만나면 0.1㎜의 비에도 경기를 취소하고 TV중계를 빌미로 경기시간 바꾸는 것을 밥먹듯이 한다. 경기장을 찾아왔다 발길을 돌리는 팬은 안중에도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관중이 격감하자 프로야구 입장료를 인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최후의 카드’를 꺼내기 전에 어떤 것이 진정 팬들을 위하는 일인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할 때다.
〈전 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