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타임스’ 등 일부 영국 언론은 최근 “한국이 월드컵개최를 회피할 명분을 찾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들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최근 2002년 월드컵의 개최시기와 관련, “월드컵은 통상 6, 7월에 열리지만 한국과 일본에는 이때 많은 비가 내려 경기하기가 어렵고 날씨가 좋은 9월경으로 옮길 경우 유럽과 남미의 프로시즌과 맞물려 또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 것을 놓고 “한국이 날씨를 핑계삼아 대회개최를 포기하려 한다”고 보도한 것.
파문이 일자 영국정부는 자국 언론의 추측성 기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정부 여당과 월드컵조직위원회의 불협화음.
올 초 서울의 주경기장 건설문제와 관련한 공방에 이어 최근 개최 도시수를 정부가 조직위 방침을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축소결정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이미 10개도시 개최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한 월드컵조직위는 최근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경기장건설 진행이 더딘 서울 전주 수원 등 세 곳을 특별관리대상으로 해 직접 감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측은 IMF상황임을 내세워 10개도시 개최불가를 확정하고 6개도시로 축소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혼선을 거듭하고 있으니 외국언론이 한국의 월드컵개최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비판을 탓하기 전에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해 흔들림 없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이재권기자〉kwon22@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