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잡는 해병’의 훈련은 거칠기로 정평이 나있다. PT 유격교육 행군 구보 급류타기…. 이 모든 과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소화해야 한다.
남자선수 4명은 그래도 나은 편. 여자선수들은 ‘죽을 맛’이다. 고참인 이은경(한국토지공사)은 지난 겨울 한차례 겪어봤지만 나머지 3명은 처음. 막내인 이미정(한국체대)은 군 부대에 입소한다는 말을 듣고는 며칠동안 잠을 설쳤을 정도다.
양궁은 정적인 운동. 그런데도 왜 힘든 해병훈련을 골랐을까.
한국양궁은 10년 넘도록 세계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앞으로의 일. 한국선수들의 기술이 이미 100% 노출된데다 단 12발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경기규정이 바뀌어 한발이라도 실수하면 만회할 기회가 없다.
때문에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담력과 정신력이 기술과 접목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해병부대 입소는 바로 이 담력과 정신력을 키우기 위한 것. 군 부대 입소는 대표팀으로선 첫 시도다.
이번 훈련이 정신력 배양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얼마나 충족시킬 지는 아직 미지수. 그러나 세계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양궁인의 자세는 높이 살 만하다.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