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이용수 기술위원 「조용한 퇴진」

  • 입력 1998년 7월 31일 19시 13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국가대표팀의 감독 및 선수선발 등 제반 운영에 대해 권한을 행사하는 곳이다. 때문에 축구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기술위원이 되기를 원한다.

최근 기술위원으로 재선임된 축구해설가 이용수씨(세종대교수)가 스스로 물러났다. 사퇴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많은 축구인은 이심전심으로 그의 속내를 알고 그의 행동에 수긍하는 모습이다.

올 프랑스월드컵에서 차범근 전감독과의 마찰로 물의를 일으켰고 대표팀 성적부진에도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기술위원회. 그러나 기술위는 최근 불화의 장본인으로 지목됐던 인물을 대부분 잔류시켰다.

이 시점에서 그의 ‘조용한 퇴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기술위에서 가장 객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체육학 박사 출신 축구인이다. 아무 말 없이 떠났지만 그는 기술위가 바뀌어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30일 차기대표감독 후보 3인이 선정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축구계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대표감독 후보로 선임된 것이 지도자로서 축복받은 일임에 틀림없지만 이를 선정하는 기술위가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축하받지 못할 것은 뻔하다. 실제로 후보로 선정된 세 감독은 모두 떨떠름한 표정이다.

지금의 기술위는 마치 감독과 선수선발이 임무의 전부인양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여는 작업, 즉 각급 대표팀의 효과적인 훈련계획과 지도자양성을 위한 대책수립 등 비전 제시가 더 중요하다.

책임을 통감한 이씨의 조용한 사퇴. 이는 현 기술위의 잘못된 운영을 거부한 용기 있는 행동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재권기자〉kwon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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