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94년 12회 대회에서 2승5패를 했는데 2승이 모두 아프리카 대표인 이집트와 앙골라에 거둔 것. 다시 말해 한국 남자농구가 아프리카보다는 한 수 위였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한종우박사(40)는 “나이지리아가 기술상 한국보다 열세라고 해도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이렇게 단언하는 것은 지난달 남자대표팀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 때문.
한박사는 기초체력과 전문체력 테스트를 했는데 프로팀 선수중 대부분이 SK나이츠 LG세이커스 등 프로팀의 일반선수보다 수치가 낮았다는 것.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만 가려뽑은 대표선수들의 체력이 일반선수보다 못하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한박사가 “질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선수들에게 목표의식이 전혀 없었다는 점. 설문 조사결과 “반드시 8강에 들겠다”는 의지대신 “어차피 이길 수 있는 팀은 한 팀도 없는데…”라는 패배의식만이 선수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다는 것.
이는 선수들의 훈련모습을 지켜본 농구인들도 수긍하는 대목. 목표는 12월 방콕 아시아경기이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곁다리라는 생각으로 전혀 훈련에 열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대표팀의 목표는 12월 방콕아시아경기 우승. 그렇다고 해서 세계선수권대회를 대충 때워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국내의 팬을 생각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은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