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폭우 여파]프로야구-골프등 필드종목 피해 막심

  • 입력 1998년 8월 10일 19시 27분


《‘게릴라 폭우’에 울고 싶은 게 어디 수재민들 뿐일까. 야구 골프 등 시즌이 한창인 체육계도 구멍 뚫린 하늘이 원망스럽긴 마찬가지. 더구나 인명피해 재산손실 등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웃들도 많은 판에 드러내놓고 말할수도 없다. 식어버린 운동장 열기, 팬이 떠난 관중석. 심술궂은 게릴라폭우로 취소된 경기 때문에 제대로 시즌을 소화해낼지조차 의문이다. 프로야구는 최대 피해종목. 그렇지 않아도 인기가 사그러드는 판에 게릴라 폭우는 그나마 남은 열기조차 식혀 버렸다. 관중격감과 경기일정 차질, 쓸데없는 예산낭비 등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심정. 골프도 마찬가지다. 녹색 융단 같던 그린이 산사태 등으로 여기저기 흉물스럽게 파여 복구에만도 수억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그나마 프로축구가 올스타 휴식기간을 폭우기간과 절묘하게 맞춰 피한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게릴라폭우에 울상인 체육계의 표정을 알아본다.》

◇ OB13경기 취소 “최악”◇

▼프로야구〓9일 현재 42경기가 취소된 프로야구는 10일에도 연속경기를 포함해 3경기가 추가로 연기됐다.

이런 추세면 포스트시즌 일정은 첫눈이 내리는 11월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부 정금조대리는 “장마가 극심했던 지난해에는 51경기가 취소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평년 대비 20일쯤 늦은 10월3일에야 끝났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슈퍼스타의 해외유출, 월드컵축구 열기로 관중을 통째로 잃어버린 프로야구는 이번 폭우로 마지막 결정타를 맞았다.

관중 5백만명 시대를 열었던 95년 같은 기간의 4백12만명에 비해 올해 관중(1백99만명)은 절반이 넘는 52%가 감소했다. 지난해(3백54만명)에 비해서도 33%가 줄어들었다.

OB의 경우 45경기 중 13경기가 취소됐다. OB는 지방 원정 3연전이 모두 취소된 경우만 3차례.

하루 숙박비만 3백여만원이나 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라운드도 밟아보지 못한 채 3천만원 가까이를 빗속에 뿌린 셈이다.

워낙 비가 계속되는 바람에 비가 오지 않는데도 경기를 못한 경우도 속출했다. 배수관이 탄천과 연결돼 있는 잠실구장은 9일 탄천이 범람위기에 몰리는 바람에 물이 빠지기는커녕 역류현상까지 일어나 경기를 못했다.

지방구장은 상황이 더욱 나쁘다.

광주나 전주구장은 조금만 비가 내려도 미나리꽝이 된다.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들의 얘기처럼 비 때문에 웃는 구단도 있었다. 꼴찌 롯데는 시즌중반까지만 해도 연승찬스만 잡으면 비때문에 맥이 끊겼다. 그러나 최근들어선 경기도중 내린 비로 완전히 그르친 경기를 두번이나 원점으로 돌렸다.

롯데는 지난달 27일 OB전과 9일 현대전에서 각각 0대8,1대4로 뒤지고 있었으나 비로 패배의 위기를 모면했다. 얄궂은 비가 고마운 비로 된 셈이다.

◇ 광릉CC 재개장 막막 ◇

▼골프장〓경기북부 지역 골프장은 대부분 피해를 보았다. 유실된 코스와 진입로를 완전복구해 정상영업에 들어가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서서울CC는 10일 유실된 진입로 두 곳이 임시개통됐지만 코스를 재정비하는데는 적어도 2, 3주일은 필요하고 뉴코리아CC는 휴장일을 14일까지로 연장했다.

광릉CC는 재개장 일자를 확정하지 못할 정도로 3, 4개 코스가 크게 망가진 상태. 한편 앞으로 비가 더 오지 않을 경우 김포CC는 11일, 송추CC는 12일, 서울(한양)CC는 13일부터 내장객을 받을 예정이다.

또 IMF 여파로 평일 수입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골프장들은 이번 호우로 부킹취소가 잇따라 영업수입이 더욱 줄어들게 됐다.

한편 전국에 산재한 공사중단 골프장 50여곳의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아직까지 공사중단된 골프장의 산사태 등 구체적인 사고소식은 없지만 계속 비가 내릴 경우 토사유출로 인한 농작물피해도 우려된다.

◇ 태릉선수촌 훈련 차질없어 ◇

▼축구 및 선수촌〓최근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프로축구계와 12월 방콕아시아경기대회를 대비해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태릉선수촌은 운좋게 이번 호우 피해에서 살짝 비켜갔다.

지난달 18일 개막된 올 프로축구 정규리그인 98현대컵 코리안리그는 공교롭게도 3일부터 18일까지의 보름여간이 경기가 없는 휴식기. 축구관계자들은 “하늘이 돕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심경을 피력하고 있다.

한편 태릉선수촌은 지난주까지 복싱 핸드볼 체조 배구 등 실내종목 선수들 1백50여명만이 입촌, 호우로 인한 훈련 차질은 없었다.

◇ 경륜 하루전 취소 처음 ◇

▼기타〓경륜도 게릴라성 폭우에 두손을 들었다. 일요일인 9일 예정됐던 경륜 제23회 3일차 경주가 전면 취소된 것. 하루 전 경주가 취소된 것은 경륜 출범 이듬해인 95년 올림픽벨로드롬에 미끄럼방지용 바닥을 깐 뒤 처음 있는 일.

10일 인천방송의 미프로야구 LA다저스 대 피츠버그 파이리츠전 중계방송이 인천지역에 내린 집중폭우로 약 10분간 중단되는 소동도 있었다.

〈장환수·안영식·배극인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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