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에서 수준급의 기타솜씨를 자랑하던 그는 야구선수라기 보다 록그룹의 일원처럼 느껴졌지만 일본 2군에서의 갖은 고생 끝에 보여준 13일의 모습은 야구선수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온 것 같아 앞으로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했다.
본인의 말처럼 2개월여의 2군생활은 그가 생전 처음 맛본 것이었다. 2군추락으로 구겨진 자존심, 새벽 6시 훈련의 수모, 언어소통장애까지 감안하면 그의 대학시절 전력이 재연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는 고려대 재학시절 열번도 넘게 팀을 이탈한 ‘화려한’ 경력으로 ‘빠삐용’이란 별명을 얻었었다. 툭하면 야구를 안하겠다고 뛰쳐나가 고인이 된 최남수감독의 속을 썩이곤 했다.
그러나 이제 절제 속에 재기한 그의 모습은 어려움 없는 환경 속에서는 결코 강한 인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최근 계약금만 몇억원씩 챙긴 국내 일부 신인들은 중도포기 목표상실 태업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시련과 고통의 경험이 없었던 그들에게 ‘뭉텅이 돈’을 집어준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IMF와 수해 등 어려움을 동시에 당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쩌면 2군에 추락했던 이상훈과 같을지도 모른다.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제와 절제, 전체를 위한 희생정신이 없으면 안된다. “선발 중간 어떤 역할이든 팀의 우승을 위해 던지겠다”는 그의 말처럼….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