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아시아경기 D-100」썰렁한 선수촌

  • 입력 1998년 8월 27일 19시 22분


예년 같으면 한창 사기가 올라 전의가 넘치는 뜨거운 함성이 터져나와야 할 태릉선수촌. 그러나 98방콕아시아경기를 불과 1백일 앞둔 지금 국가대표선수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은 활기는 커녕 맥빠진 분위기가 감돌고 있을 뿐이다.

국가대표선수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4년 전 94히로시마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열린 ‘국가대표 위안의 밤’ 행사에는 축제분위기에 인기가수의 특별공연과 대표선수들의 장기자랑 등이 벌어지고 이 광경이 TV로 중계까지 됐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올해는 어떤가.

‘D―1백일’인 28일 국가대표 선수를 위해 계획된 행사는 대한체육회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선수촌 식당에서의 조촐한 저녁식사 한끼뿐.

만찬 한시간 전에 각 경기단체 임원이 종목선수들의 훈련장을 방문, 격려해주는 것이 만찬 외의 유일한 행사다.

그러나 자장면이라도 좋으니 매일 먹는 식당밥보다 외식 한번 했으면 하는 어린 선수들은 오히려 내색하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 큰 국제대회를 경험한 지도자나 노장선수들의 마음이 아프다. 어린 후배선수들 볼 낯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훈련예산이 17%나 삭감돼 먹는 것 빼고는 태릉선수촌 운영의 모든 부문을 축소 운영할 수밖에 없는 대한체육회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더구나 체육회의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마당에 열심히 하라고 직원들을 무조건 독려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선수촌에 ‘아 옛날이여’라는 노래가 유행할 만하다.

지금은 사회 각 부문의 거품을 제거해야 할 때. 그렇지만 화려한 여흥이나 격려비 지급 등이 아니더라도 격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주변 상황이 달라졌다고 방관하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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