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일본 도쿠시마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청소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일본에 62대67로 진 것은 충격적이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그동안 7차례나 우승했다는 점은 둘째로 치더라도 여자청소년농구가 일본에 진 것은 사상 처음. 대표팀끼리의 대결에선 여러차례 진 적이 있지만 청소년팀은 그동안 일본에 11연승을 거둬왔다.
여자청소년농구의 쇠락은 지난달 존스배대회(대만)에서 태국에 졌을 때부터 감지됐다. 한국여자농구가 태국에 진 것도 이때가 처음. 물론 태국은 대표팀이기는 했지만 태국농구가 한국에 다섯수 쯤은 아래인 점을 감안하면 청소년팀으로도 충분히 대표팀을 꺾었어야 했다.
이같은 여자청소년농구의 쇠락은 어디서 비롯됐는가. 선수및 코칭스태프 선발과정의 잡음도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여자농구의 총체적 난국이다. 지난해 말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파동으로 여자실업팀이 13개에서 5개로 줄었고 이바람에 여고선수들의 취업이 막혔다.
이에 따라 문닫는 여고팀이 줄을 잇고 선수들은 졸업후의 걱정에 공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최근 여고 유망주들이 대만 클럽팀 취업을 위해 귀화를 결정했다는 충격적인 뉴스야말로 한국여자농구의 오늘을 극명하게 드러내보인 증거다.
“선수들을 채찍질할 수 없습니다. 취업이 보장되어있지 않는 판에 어떻게 열심히 운동하라고 다그칠 수 있겠습니까.” 여고 코치들의 넋두리도 이에 다름 아니다.
여자청소년 농구의 쇠락은 대표팀의 앞날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더욱 걱정스럽다. 그렇다면 소생의 길은 없는가. 방법은 실업팀 창단뿐. 그러나 최근의 경제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정녕 한국여자농구는 이대로 무너져야 하는가.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