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외인용병 데니스가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대우의 간판수비수 김주성의 목을 축구화로 짓눌렀을때 과연 프로축구의 존재의미에 대해 거의 모든 팬이 의문을 가졌을 법하다.
19일 울산 현대와 대전 시티즌 경기에서 유상철 김현석 김대수 등 선수간에 주먹다짐이 난지 불과 4일만에 또다시 발생한 그라운드의 불미스러운 추태는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추태에 연루된 선수는 대부분 프로축구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스타들이었다. 승부욕이 지나쳐서였을까, 아니면 동구권 용병들이 특유의 다혈질이어서 그런 걸까.
대부분의 일선 감독은 경기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심판에게 화살을 돌린다. 경기전반 과격한 태클행위를 제지했더라면 선수간에 감정의 앙금이 쌓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승부에 쫓기는 감독과 선수의 책임이 없는 것인가.
프로는 팬의 성원을 먹고 사는데 팬을 외면한 채 승부에 집착하다보니 질 높은 축구는 온데간데 없고 감정만 앞서게 돼 치고 받는 것을 왜 간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불상사에 대한 불감증이 이어진다면 최근의 폭발적인 축구열풍은 언제 거품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올시즌 잦은 빈볼 시비로 인기가 뚝 떨어진 채 과거의 영화를 곱씹는 프로야구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축구는 속성상 몸을 부딪치는 격렬한 운동이지만 바꿔말하면 이때문에 오히려 어느 종목보다 상대를 아껴줄 수 있다. 치열한 전장에서 핀 우정은 보다 오래 간직된다던가.
모처럼 일고 있는 축구붐을 허물지 않으려는 노력이 아쉽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