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려 투병중인 민둥머리에 창백한 얼굴의 박혜은(朴慧恩·14·대전 서구 운정중)양이 힘없이 누워 있었다.
“펜싱칼을 다시 잡을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요.” 혜은이는 지난해 펜싱검을 잡은 지 8개월만에 1위를 차지한 펜싱계의 새별. 펜싱부 한욱동(韓旭東·32)교사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승부근성도 강해 3학년이 되면 두각을 나타낼 유망주였다”며 안타까워 했다.
혜은이가 병에 걸린 것을 안 것은 지난달 3일. 다행히 림프구성 백혈병은 약물개발 등 치료방법의 발전으로 8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는 병이다.
서울대 소아과 신희영(申熙泳)교수는 “혜은이는 현재 항암치료에다 고혈압 당뇨병 등 합병증으로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는 중”이라며 “문제는 2년반이 넘게 걸릴 장기간 치료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치료비로 들어간 돈은 2천여만원. 앞으로도 병원비로 수천만원이 더 든다.
그러나 20년을 경찰관으로 일해온 아버지 박항규(朴恒圭·48·대전 동부서 오정파출소)씨의 월급(1백6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동안 부족한 병원비는 혜은이의 딱한 소식을 전해들은 아버지 직장동료와 운정중학교 등 주위에서 모아준 성금 7백여만원과 은행 빚으로 치러왔다. 그러나 이제는 가족 5명의 생계마저 걱정해야 할 형편.박씨는 “혜은이를 낫게 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02―708―1282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