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8관왕. 현재로는 적수가 없다 할 만큼 그의 파괴력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에서는 절대강자란 없는 법.
그가 모래판에서 ‘장기집권’을 하기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다양한 기술과 함께 엄청난 힘을 유지해야 하는 것.
천하장사의 기쁨도 잠시뿐.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체중 늘리기’를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속팀 이준희감독의 눈길이 여느 때보다 더 매섭게만 느껴진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지난 1년반동안 1백30㎏을 1백60㎏으로 늘린 이후 그의 기량은 무서운 상승세를 치달았고 결국 천하장사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으니 달리 할말이 없다.
“정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밀어치기 하나만으로는 안된다. 상대방을 들어야 하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몸무게를 더 늘려야한다”는 것이 이감독의 지론.
체중을 조금만 더 보태면 모자랄 것이 없다는 감독의 지시를 거역할 수는 없다.
엄청난 거구인만큼 5㎏불리기는 어쩌면 ‘식은 죽 먹기’ 일지도 모르지만 그에게 체중늘리기는 사실 죽을 맛이다.
지난해 중반 1백30㎏에서 1년반 사이 30㎏을 불릴 때 그가 쏟은 눈물역시 늘린 체중만큼이나 됐으리라.
김영현은 사흘마다 체중계에 오르는 게 가장 겁났다. 이감독이 정해놓은 체중에 이르지 못하면 주말엔 꼼짝없이 숙소를 지켜야 했다. 때문에 금요일 밤이면 몸무게 늘리는데 ‘즉효약’이라는 피자를 먹는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목에 걸려 잘 넘어가지 않으면 못마시는 맥주를 들이켜야 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김영현에게 몹쓸 짓을 하고있다고 생각했다는 이감독. 그러나 “몸무게 1백30㎏으로 2m17의 키를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씨름을 계속 하려면 체중을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김영현의 속마음은 어떨까. 그도 이성에 관심을 가질 나이인데다 언제까지 씨름을 할 것도 아닌데 자꾸 몸이 커지면 어떻하느냐는 생각이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큰 키에 맞는 체중을 요구하는 감독과의 줄다리기는 끝이 없다. ‘장기집권’이냐, ‘몸매관리’냐. 천하장사 ‘골리앗’은 고심하고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