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올림픽과 97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남자73㎏급의 나카무라 겐조가 무명인 몽골의 볼드바타르에게 무릎꿇은 것도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일본 벤치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사실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에 매달렸다면 여자 48㎏급에 다무라 료코를 출전시켜야 했다. 애틀랜타올림픽 결승에서 계순희에게 졌지만 다무라는 여전히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1인자.
그러나 일본유도연맹은 5월 일찌감치 다무라를 아시아경기대표에서 제외했다.모든 국제대회에 다무라만 나가면 후배들은 언제 성장하느냐는 게 그 이유.
다무라도 이 조치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9월 국가대항전으로 열린 월드컵대회에 나가 일본의 우승에 한몫을 했다.
바로 여기에 한국과 일본유도의 차이가 있다. 한국유도는 구조적으로 저변이 얕다. 한명의 스타가 사라지고 난 후 또 다른 스타를 기르기까지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자팀의 경우엔 더 그렇다. 한국팀은 조민선 정선용 현숙희 등 간판선수들이 사라진 후 세대교체의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계순희와 대등한 대결을 펼친 김혜숙의 은메달은 금보다 값진 것일 지도 모른다. 97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이번 대회 등 두차례 계순희와 결승에서 만나 모두 진 김혜숙은 경기가 끝난 후 “다음 대결에선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
〈방콕〓김화성기자〉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