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68도. 북극권(Artic Circle)의 남단이다. 항공기는 눈보라를 뚫고 이 라플란드의 작은 도시 키틸라 공항에 겨우 착륙했다. 오후2시. 그러나 잿빛하늘은 벌써 어둠에 물들고 있었다. 일몰이었다. 오전 9시반 해가 떠 오후2시에 해가 지는 곳. 북구의 겨울은 이렇다.
어둠 속에 갇힌 키틸라의 모든 것은 눈에 파묻힌듯 했다. 자동차로 10분거리(4.5㎞)의 레비로 가는 도로, 옆으로 지나는 통나무집들, 그리고 숲 모두가….
레비는 레비툰투리(산)라는 해발 5백31m의 산 아래 흩어져 있는 인구 6천명의 작은 도시. 호텔 4개와 스키장이 전부. 그중 스키장 옆 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침엽수가 숲을 이루는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의 호텔은 대개 통나무집이다. 전나무 숲가의 이 통나무집 호텔 옆에는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가지가 축축 늘어진 전나무가 빽빽했고 주변은 온통 눈에 덮여 있었다. 통나무집 지붕도 솜이불 몇채를 올려놓은듯 두터운 눈을 이고 있었다. 현관에는 땔나무가 가득하고 실내는 벽난로의 열기로 따스했다.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사우나다. 긴 겨울 많은 시간을 눈과 어둠속에서 보내는 핀란드인들의 삶의 지혜가 번득이는 고안품이다. 이 모든 게 크리스마스 카드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 그대로 였다.
북극권 여행의 참 맛은 다양한 눈즐기기에 있다. 아침 해가 솟는 오전 9시반. 스키복으로 갈아 입고 스노모빌에 올랐다. 스노모빌은 눈위를 달려 온통 눈에 파묻힌 산과 평원을 씽씽거리며 달린다. 산에 올라 숲속 깊숙히 들어서니 마치 다른 혹성에 온듯하다. 한번도 만난적 없는 순백의 풍경 때문이다. 몸이 서서히 얼어 올 쯤이면 ‘코타’에 들른다. 순록몰이에 나선 라피시(라플란드 사람들)가 쉬어가는 원뿔형의 나무텐트다. 순록모피가 깔린 나무벤치에 앉아 장작불 위에 걸어둔 숯검댕이 찌든 주전자로 끓여내는 스프와 치즈조각 둥둥 뜬 커피는 별미다.
사미족이라는 라피시의 농장에 들렀다. 원색의 기하학적 무늬가 수놓인 전통옷을 입은 이들은 순록썰매와 개썰매에 관광객들을 태우고 설원과 숲을 누빈다.
이렇게 즐기는 눈여행도 잠시. 오후 3시면 암흑에 뒤덮인다. 이제 일과의 마지막 순서를 기다린다. 그것은 북극권의 하늘을 물들이는 ‘오로라’. 단 몇일간 여행중 오로라를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닷새만의 기다림 끝에 만난 오로라. 환상 그 자체다.
〈핀란드 라플란드〓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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