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티는 이른바 ‘염소수염’. 멋있게 다듬은 콧수염이나 구렛나루가 백인의 전유물이라면 다소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하는 고티는 흑인의 상징이다.
당시 박찬호는 97월드시리즈 우승팀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게리 셰필드, 바비 보니아, 찰스 존슨 등 흑인선수가 대거 트레이드돼 오자 이들과의 빠른 융화를 위해 고티를 길렀다.
박찬호는 올해도 고티를 기르고 있다. 수염을 깎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다는 게 그때와는 다른 새로운 이유. 시즌 직전까지 기를 작정이다.
이처럼 미국은 운동선수의 수염과 머리, 복장에 대해 국내와는 달리 자유롭다.
최근 신시내티 레즈에선 메이저리그 구단중에서 마지막으로 고티에 대한 제약을 풀었다.
내셔널리그의 대표적 강타자 그렉 본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트레이드해온 신시내티는 본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여 17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여성 구단주인 마지 스코트는 “본이 지난해와 같이 50홈런 이상을 쳐내 침체된 구단 분위기를 쇄신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32년만에 구단정책을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현역 최고의 왼손투수 랜디 존슨을 영입한 뒤 그의 콧수염과 갈기머리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선 91년 당시 OB의 이재우감독이 콧수염을 길렀으며 한화 계형철코치와 쌍방울 박상열코치, 삼성 투수 김상진이 수시로 턱수염을 기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파격은 안된다. 지난해 LG 투수 최향남은 노란머리로 염색을 했다가 구단에 혼쭐이 났다. 해태 홍현우는 빡빡머리를 하고 있지만 이는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