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과 성별을 막론하고 스포츠현장에서는 훈련 명목으로 지도자의 선수에 대한 체벌이 묵인돼 온 것이 사실.
몇년전 한 여자배구단 선수들의 피멍든 허벅지가 TV카메라에 잡혀 결국 팀 감독이 해임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최근 22세의 여자농구선수가 감독에게 발길질을 당해 가슴뼈에 금이가는 부상을 한 뒤 팀을 이탈했다. 운동선수에 대한 체벌이 훈련연장선상이 아닌 폭력에 가까운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사건은 이렇다. 현대여자농구단 4년차 포워드 임순정은 지난달 명지중과의 연습경기 도중 소속팀 진성호감독에게 수차례 뺨을 맞고 가슴과 배를 발길로 채었다. 제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그래도 운동은 해야 한다”고 결심하고 훈련을 계속하던 그는 얼마전 새벽에 몰래 숙소에서 빠져나오고야 말았다. 전날 한 선배선수가 또 자신처럼 두들겨맞는 것을 보고 “사람사는 데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이에 대해 진감독은 체벌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체벌문제에 대해선 백번이라도 사죄하고 자숙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만한 일로 팀을 이탈하면 어느팀이든 남아있는 선수가 없을 것”이라며 “체력이 약해 개인체력트레이너를 붙여주는 등 남달리 공을 들였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운동효과를 노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선수 체벌. 선수의 인격을 무시한 ‘묵인된 폭력’. 과연 이대로 좋은가.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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