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피겨계「남나리 열기」에 한숨만

국내 피겨스케이팅 여자 1인자 신예지(경희여중).

그는 7일 미국으로 돌아간 재미교포 ‘은반 요정’ 남나리의 방한 기간 동안 “나리가 부럽다. 나도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열번도 더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남나리가 시범공연을 한 뒤 “빙질이 안좋아 더 멋진 연기를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을 때는 남모를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의 별칭은 ‘올빼미’.

평소 훈련장소로 태릉선수촌 아이스링크를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언제나 다른 종목 선수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두시간 가량이 훈련시간으로 배정된다.

때문에 대표팀은 부족한 훈련을 보충하기 위해 목동 아이스링크로 발길을 돌리지만 이곳에서도 ‘찬밥 신세’다. 아이스하키 등 다른 종목의 훈련이 다 끝나는 밤 11시이후 오전 1시까지 훈련해야 한다.

그나마 이것도 감지덕지, 빙질이 좋지 않다는 등 불평은 입밖에도 낼 수 없다.

미셀 콴, 와타나베 에미, 이토 미도리, 크리스티 야마구치 등 동양인이 세계피겨계를 제패하는 상황에서 왜 한국선수는 안되느냐는 힐난은 ‘사치’와 다름없다.

국내 피겨스케이팅이 설움을 당하는 것은 ‘해도 안된다’는 국내 체육계의 인식 때문.

그러나 대표팀 신혜숙감독은 “82년 동계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던 카타리나 비트가 방한 공연을 했을 때 국내팬이 입장권을 못구해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며 “훈련여건만 제대로 갖춰지면 우리도 충분히 국제적인 스타를 키워내 인기몰이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12월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에서 남나리와 기량대결을 할 신예지. 이제 그에게도 국민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할 때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