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자존심이 이렇게 짓밟혀도 되는가.”
‘난마’처럼 얽혀있던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 최용수(26)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웨스트햄 이적 협상이 LG구단측의 타유럽구단 협상 병행 발표로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판명나면서 본사에는 독자들의 분노성 전화가 빗발쳤다.
지난 보름간 국내 축구팬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최용수의 이적 파문. 정말 뭐가 잘못된 것일까.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LG구단에 있다. 섣부른 이적 추진 발표로 협상의 주도권을 뺏겼고 이후 협상 과정에서도 상대에 대해 무지에 가까운 상태로 일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처럼 오판을 하게 한 원인제공자로 중간 브로커인 에이전트의 농간 역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이번 최용수의 이적엔 LG 및 웨스트햄측 에이전트, 중간 조정책인 미첼 폴 등 삼자가 개입했다. 이들은 웨스트햄측이 관심을 가지고 테스트나 해보려는 것을 ‘침소봉대’해 LG측에 계약이 거의 확정된 것으로 통보했다. 그 배경엔 물론 ‘돈’이 개입한다. 어떻게든 계약을 성사시켜 소개료를 챙기기 위해 무리수를 뒀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웅수 LG부단장은 ‘제2의 최용수 파문’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는 선수 이적시 협상 과정 최종단계에서 반드시 상대구단의 의사를 미리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선수의 해외 이적은 반드시 에이전트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 LG측이 이번 사태에 개입된 에이전트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