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10월1일 오경의 전 총재는 제10대 한국씨름연맹 총재에 취임하면서 씨름 발전의 장밋빛 미래를 담은 청사진을 밝혔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현재 프로씨름단은 LG증권 현대 진로뿐. 97년 6개팀에서 오히려 3개팀이 줄었다.
씨름 전용경기장이 새로 생기지도 않았다.
물론 오전총재가 취임 공약을 지키기 위해 여러가지로 노력했지만 IMF로 인한 갑작스러운 경제난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오전총재는 공약의 반도 실천하지 못하고 자신을 추대했던 씨름인들에게 등을 밀려 총재직을 사퇴했다.
지난달 31일 씨름연맹 대의원총회에서 선임된 엄삼탁 제11대 한국씨름연맹 총재.
엄총재가 제시한 씨름 활성화 방안도 오전총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최소한 2개의 씨름단을 창단하겠으며 6개월 내에 분명한 씨름 활성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씨름인들은 이번에야말로 획기적으로 씨름이 발전할 것이라며 잔뜩 기대하고 있다.
씨름인 출신으로 6년 전 씨름연맹 총재를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국민회의 부총재를 맡고 있는 엄총재는 충분히 공약을 실천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 듯하다.
물론 기대대로 국민 스포츠인 씨름이 발전을 한다면 더 할 나위없이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총재 한사람의 힘만으로 이 모든 게 이뤄질까.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