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전창/「납치 자작극」 징계한다는데…

  • 입력 1999년 4월 7일 20시 43분


1일 딸 가진 부모들은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16세의 여고 1년생 수영 국가대표 이혜화가 태릉선수촌 앞길에서 납치됐다가 풀려났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결국 납치사건은 발생 하루만에 강박관념에 시달린 어린 선수의 자작극으로 판명났다.

6일 상임이사회를 연 수영연맹은 수일내에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혜화를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중징계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혜화의 행동은 분명히 잘못됐다. 하지만 중징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어린 마음에 엄청난 일이 벌어질 줄 모르고 한 일이 아니겠느냐는 것. 한순간 잘못했다고 선수의 장래까지 완전히 막으면 안된다.

이혜화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받은 기간은 불과 12일. 난생처음 태극마크를 달아 선수촌이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그가 훈련이 싫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중론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선수의 심리를 잘 헤아리지 못한 수영연맹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동료 선수들은 이혜화가 쌍둥이 언니가 보고 싶다며 밤마다 우는 등 심리적으로 무척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훈련이 끝난 뒤 숙소에서 그를 돌봐준 지도자는 아무도 없었다. 남자 7명, 여자 9명으로 구성된 경영팀엔 4명의 코치가 있지만 모두 남자로 여자숙소에는 얼씬도 못한다. 여자선수 중 최고참은 고교3년생. 그 밑으로 고2 한명이 더 있고 다음이 이혜화 등 고교 1년생들이다.

평소 “선수생활을 하는 한 계속 신기록을 작성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열의를 보여왔던 유망 선수가 꽃망울을 터뜨기도 전에 시들게 하는 일이 없도록 처리에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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