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태릉선수촌 부근 불암산을 오르던 그는 ‘체력단련도 좋지만 힘든 일을 굳이 해야 하느냐’는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정광영 감독에게 그만 두자고까지 했다. 훈련이 좀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논거였다.
그러나 이런 그를 ‘철부지’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미 10년 넘게 ‘승부의 세계’에 살아온 그다.
그가 ‘강철’로 조련된 계기는 96애틀랜타올림픽. 당시 주위에선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중압감때문인지 입술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몸도 마음도 시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예선 탈락이었다. 운동을 그만둘 마음까지 먹었다.
“당시에는 부담이라고 안 느꼈는데 힘들었나 봐요. 그러나 지금은 달라요. 꼭 1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단지 스스로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뿐이지요.”
22일 막오르는 99서울월드컵국제대회.
그의 라이벌은 누구일까. “바로 저죠. 열심히 운동했고 담담하게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다음은 운에 맡겨야죠.”
김정미는 내년 시드니올림픽 목표에 대해 “아픈 경험이 있으니까 더 나은 성적을 거두지 않겠느냐”며 환히 웃는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