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어이없이 무너진 날 부친 박제근씨는 “‘솟아오르는 속구’를 올해는 볼 수 없다”고 국제전화를 했다고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순박하게만 보이는 박제근씨가 기술적인 문제까지 언급했을까.
사실 필자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솟아오르는 속구는 직구코스에서 기껏해야 2.5∼5㎝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그 작은 차이가 헛스윙이나 뜬공을 유인해 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강속구 투수는 위협적인 몸쪽 솟아오르는 공이 있어야 바깥쪽 낮은 공도 살고 커브 체인지업도 함께 살 수 있다.
박찬호는 올들어 포수 헌들리의 도루저지 능력을 믿지 못한 흔적이 역력하다. 주자만 나가면 퀵피치에 신경을 쓰다보니 투구시 축이 되는 오른쪽 다리의 무릎 힘을 모으는 동작이 흐트러져 연속안타를 맞곤 했다.
박제근씨가 투구동작의 세부적인 내용은 모른다고 하더라도 ‘부진원인의 총론’을 집어낸 것은 가족간 애정이 유달리 강한 박찬호에겐 누구의 조언보다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박찬호가 ‘아버지의 첫 조언’으로 29일 밀워키전에서 잃었던 투구감각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그것이 궁금하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