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쾌활하기로 소문난 그도 최근 ‘도루왕 등극에 자신있느냐’는 질문에는 슬그머니 꼬리를 뺀다.
개막 때 “올시즌 70개는 자신있어요”라고 말하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올 시즌 도루왕은 94년 이종범(29·주니치)이 세운 한시즌 최다도루 84개는 넘어야 될 것이라는 것이 그 나름대로의 예측.
96년과 97년에 이종범의 그늘에 가렸다가 지난해 비로소 빛을 본 정수근. 그의 ‘대도등극’의 꿈에 자꾸만 신경을 쓰이게 하는 선수는 다름아닌 용병들.
빌리 홀(30·삼성)과 제이 데이비스(29·한화)가 각각 12개와 9개로 각각 도루부문 2위와 공동3위로 정수근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이제 팀당 1백32경기 중 겨우 23∼25경기를 치러 전체의 5분의 1도 소화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용병 중 도루부문 10걸에 한명도 들지 못했던 것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부상한 강동우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삼성이 영입한 홀은 1백m를 11초에 뛰는 타고난 준족. 지난달 28일 두산전에서 2루수 키를 넘기는 2루타성 타구에서 번개처럼 내달아 3루까지 가는 기민성을 보여줬다.
타율 0.324의 데이비스도 팀동료 최익성(8개)과 함께 한화의 기동야구를 선보이고 있다.
퇴출 1호로 거론되다가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353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해태 윌리엄 브릭스(28)도 시즌 도루 30개를 달성하면 보너스를 주기로 계약에 명시했을 만큼 알아주는 도루전문가. 국내선수 중에서는 도루성공률 100%를 자랑하며 9개를 기록, 공동3위를 달리고 있는 김민호(30·두산)가 내심 도루왕을 탐내고 있다.
용병들이 합세한 대도쟁탈전. 이래서 올 프로야구는 더 재미있다.
〈전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