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박찬호 「메이저 정상」 입증

  • 입력 1999년 5월 4일 19시 33분


투수가 던지는 공이 시속 10㎞ 빨라지면 투수와 포수간 거리 18.44m에서 약 1.5m의 차가 난다.이는 야구공으로 치면 무려 20개분에 해당한다.

강속구 투수의 유리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더구나 각도가 크고 예리하게 떨어지는 커브볼의 구속 차이가 10㎞ 정도면 야구공으로 20개 이상에 해당하는 배팅 포인트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타자로선 어려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찬호가 시즌초 징크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린 몬트리올전의 완벽한 승리는 강속구의 제구력과 더불어 커브볼이 위력적으로 구사되었기 때문이다.

6회말 무사 1,2루 위기에서 중심타선의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녹다운시킨 장면은 올시즌 그의 투구 중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가 되는데 필수조건인 제구력 있는 강속구와 예리한 브레이킹 볼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등판이었다.

기술적으로 지난 밀워키전 때부터 키킹 동작 때 오른 무릎에 힘을 모으는 동작이 정상으로 되돌아오면서 솟아오르는 강속구의 위력을 되찾았고 커브 각도도 더욱 크고 예리해져 앞으로 박찬호에게 밝은 전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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