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의 오른팔이 심하게 굽어 있는 것을 아는 팬은 드물다.
장종훈이 90∼92년 3년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3년간 무려 1백4개의 홈런을 터뜨리자 ‘장종훈 공포증’에 시달렸던 투수들은 그의 아킬레스건을 캐내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그래서 내려진 결론이 심하게 굽어 있는 그의 오른팔꿈치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자는 것. 장종훈은 오른팔의 영향으로 몸쪽 높은 강속구에 약하고 낮은 공도 제대로 구사되면 때리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투수들은 장종훈의 약점만 골라 무차별 공략했고 실제 그는 93년부터 단 한차례도 30홈런 이상을 쳐내지 못했다.
기술적으로 몸쪽 공은 오른팔꿈치를 신속하게 배꼽근처로 붙여 방망이를 돌려야 쳐낼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투수들의 집요한 공략에 장종훈이 얼마나 힘들어했을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종훈은 88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야구재능에도 불구하고 자기 관리에 실패해 쓸쓸히 무대 뒤로 사라진 수많은 선수들과는 대조되는 장종훈의 성공담은 뼈를 깎는 노력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