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현대 황규연 2인자 설움 『벗어나고파』

  • 입력 1999년 5월 26일 19시 17분


『하늘이여, 왜 저와 제갈량을 함께 태어나게 했습니까.』

삼국지에서 오나라 장수 주유가 한탄조로 내뱉는 이 말 속에는 ‘2인자의 설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략에서 한 수 위인 촉나라 제갈량에게 번번이 당하는 주유가 하늘을 향해 피끓는 원망으로 가슴속의 한을 털어놓은 것.

현대코끼리씨름단 황규연(24).

그는 ‘비정규대회의 왕자’라는 달갑지 않는 별명을 달고 있다.

96년 데뷔한 뒤 천하장사와 지역장사 등 정규대회에서는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하고 97년과 98년 올스타전과 99년 설날장사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이른바 ‘기타 대회’에서만 두각을 나타내며 2인자로 머물러 왔다.

1m87, 1백30㎏의 좋은 체격에 ‘제2의 이만기’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는 그가 1인자 등정 일보직전에서 번번이 분루를 삼킨 이유는 1년 후배인 이태현(23·현대)이 있기 때문.

황규연은 기술은 엇비슷하지만 체격과 힘에서 다소 앞서는 이태현에게 밀려 정상 등극 일보직전에서 실패한 경험이 많다.

24일 끝난 99삼척장사씨름대회에서도 황규연은 4강전에서 이태현에게 져 3위에 머물렀다.

황규연과 이태현을 모두 지도하고 있는 박진태현대감독은 “최근 황규연은 집중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파워를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인자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황규연. 다음달 열리는 구미장사대회에서는 꽃가마를 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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