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원(33·현대)이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뒤 6연속 구원(3승3세이브)에 성공하며 되살아났다. 지난시즌 14승8패 방어율 1위(1.86)로 올 프로야구 선수 중 최고연봉(1억5천4백만원)에 사인한 정명원은 올시즌 초반 죽을 쑤며 바닥을 헤맸다.
20일 마무리로 돌아서기 전까지 8게임에 등판해 1승은커녕 3패. 6이닝까지 책임진 경기가 단 2번에 방어율 6.00. 한마디로 낙제점이었다. 지난해 정민태와 함께 연승을 이끌던 ‘쌍두마차’인 그가 무너지자 현대도 기세를 잃고 중하위권에서 맴돌 수 밖에 없었다.
94년 40세이브로 구원왕에 올랐던 정명원은 역시 마무리 체질. 소방수로 나온 6경기 12와 3분의 1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20일 LG와의 연장10회말 7대6으로 앞선 상황에서 구원등판한 정명원은 공 8개만 던지며 한이닝을 깨끗하게 마무리했다. 97년 9월 쌍방울전 이후 무려 1년8개월만의 세이브 추가.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가 연속 구원에 성공한 6게임 중 연장전 승리가 3번, 9회말 역전승이 한번 등 4번이나 된다. 승패의 갈림길에서 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보여주는대목이다.
정명원은 올시즌 최장시간(5시간10분) 최다이닝(13이닝)을 기록하며 접전을 벌이던 23일 삼성전에서 8회 등판해 5와3분의 2이닝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첫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정명원이 초반 부진했던 것은 시속 1백46㎞까지 나오던 구속이 1백42㎞로 급격히 떨어진데다 포크볼의 각도도 무뎌졌기 때문. 게다가 선발특성상 체력안배를 위해 전력투구를 자제하다보니 두들겨 맞았던 것.
“아직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어요, 초반 후배들 보기가 민망했는데 이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전력투구해야지요.”
‘소방대장’으로 돌아온 그의 결심이다.
〈전 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