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78, 79㎏의 ‘초미니 잠수함’이 1점차 리드를 지키고 내려오면서 생글거리는 장면을 보면서 필자는 ‘저 웃음이 1천만달러짜리가 될 날은 언제일까’ 싶었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투수 중 유일하게 주심에게 깍듯이 인사해 이미지를 높인 것과 마찬가지로 김병현의 티없이 맑은 웃음도 상품가치를 극대화시킬 것이란 생각이었다.
과연 김병현은 20세의 나이답지 않게 침착하고 대담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거물 피아자를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끝낸 뒤였다.
당연히 그는 포수쪽으로 가 인사를 해야 했으나 곧장 3루 더그아웃쪽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순간 필자는 ‘그래 포수와 악수를 할 만한 여유나 친분도 없으니 지금은 기쁨을 함께 나눌 상대를 찾기도 힘들겠지’ 싶었다.
나중에 그를 둘러싸고 바라보는 팀동료의 시선도 ‘아니 꼬마가 어떻게 이런 신기한 투구를 하나’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김병현은 아직 기뻐하기엔 이르다. 이제 그에게 닥쳐올 시련은 너무나 혹독할 것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선 이미 없어진 지 오래인 잠수함 투수인 그는 분명 한계가 있다.
1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경기에서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는 눈부신 호투를 하고도 단 한번의 실투가 통한의 홈런으로 연결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따라서 팬들은 과도한 기대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그가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