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박찬호 「생존싸움」 이제부터…

  • 입력 1999년 6월 8일 19시 29분


찌는 듯한 무더위속의 고된 스케줄.결코 쾌적하지 않은 라커룸속의 묘한 이기적 분위기.진한 버터냄새속에 그들만의 속어,비어가 난무하는 마이너리그 생활은 아시아계 선수들이 소외감,이질감을 느낄수 밖에 없다. 백인,흑인,남미계통의 선수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는 분위기속에 외톨이였던 박찬호.

그는 ‘김치냄새가 난다’며 비아냥 거리는 동료에게 맞대응으로 싸웠던 마이너리그때 ‘자꾸 밀리다보면 존재가치를 위협받게 된다’는 프로세계의 독특한 원리를 스스로 터득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까.최근 퇴장사건후 ‘메이저리그에서는 얕보이면 큰일난다’고 기자들에게 그는 얘기한바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상대가 심한 욕을 했으므로 응징도 괜찮다는 것과 몸싸움을 하더라도 관습화된 것과 동떨어진 발길질은 분명 잘못되었다는 것.

어떤 국내팬은 “그러다가 찬호가 다른팀으로부터 왕따 당하는게 아닐까요?”라며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박찬호가 잘했다고 옹호,변명해 주고 싶지는 않다.

현지에서도 비판적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 하듯이.그러나 그가 혈기왕성한 젊은이로서 심한 욕설에 모욕감을 느꼈다면 그것까지 성인군자처럼 자제해 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당시 상황으로봐서 무리가 아닐까 싶다.

박찬호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지난번에도 빈볼시비후 흔들린적이 있고 또 이제부터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현지 매스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기 때문이다.

필자가 곁에 있다면 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94년초 처음 메이저리거가 되었을때 저녁식사를 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너의 트레이드마크가 될수 있다.예를 들어 국내 아마선수들이 심판에게 인사하는 것 처럼”을 얘기해 주었을때 받아들였던 순수한 마음으로 되돌아 가 보라고.왜냐하면 그곳이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이기 때문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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