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선동렬의 고민

  • 입력 1999년 6월 15일 19시 16분


소방대원들이 화재신고를 받고 소방차에 타는데까지는 야간 20초, 주간 1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민첩한 행동은 훈련 못지않게 좋은 시설과 빠른 감각을 지녀야만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현대야구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가 투수의 분업화현상. 특히 ‘소방수’역할은 긴박한 상황속에 팀승리를 마무리 지어야 하기에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마무리 투수의 등판간격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모두 다른데 미국은 승패와 관계없이 3,4게임만에 등판시켜 ‘감’을 잃지않게 해준다. 일본은 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주니치의 경우엔 선동렬이 12일만에 등판한 경우도 있듯이 되도록 아껴쓰는 분위기.

국내는 일부 감독들이 투수부족과 승리에 대한 강박감으로 급할땐 선발투수도 내세우는 변칙운영까지 한다.

‘나고야의 태양’선동렬이 최근 3연속 구원실패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3경기를 통해 불을 끈게 아니라 기름을 부었다.

부진 이유는 우선 구위가 떨어졌고 변화구의 단조로움과 함께 자신감 상실 등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자신감 상실은 등판간격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그는 5월5일부터 패전투수가 되며 65경기 무패행진이 끝난 6월6일까지 가뭄에 콩나듯 10일,12일,9일 간격으로 등판했다. ‘감’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그에게 있다. 그러나 그가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환경조성을 못해준 팀도 책임이 있는게 아닐까.

개개인의 개성보다 철저하게 조직속의 일원임을 강요하는 일본야구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의 부진이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불안하다. 지금 선동렬은 15∼20초 사이에 출동을 완료하려고 해도 시설과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 같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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