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경력의 ‘테니스 여왕’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99윔블던대회에서 ‘떨고’ 있다.
22일 열린 루드밀라 체르바노바(체코)와의 단식 1회전 때문이 아니다.
2번시드 그라프는 “특기인 ‘서브 앤 발리’는 다음을 위해 아껴두었다”며 45분만에 6―1,6―4로 승리했다.
그럼 왜? 자신의 우상이던 ‘코트의 악동’ 존 매켄로(40·미국)와 함께 혼합복식에 출전해서다.
더구나 매켄로는 한 신문칼럼에 “그라프는 테니스의 여신”이라고 칭찬해 더욱 몸둘 바를 모를 지경.
그는 1회전 직후 “그의 칭찬이 고맙다”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TV로만 봐도 즐거웠던 그와 한팀이 돼 너무 신경쓰인다”고 말했다.
그라프는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의 윔블던 9회우승과 마거릿 코트(호주)의 메이저대회 24회 우승 타이에 두번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기록은 중요치 않다. 매켄로와 짝을 이루면 모든 게 끝이라고 믿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 윔블던”이라고 말할 정도.
한편 윔블던 첫 정상을 노리는 4번시드 모니카 셀레스(미국)도 크리스티나 토렌스 발레로(스페인)를 2―0으로 누르고 여자단식 2회전에 올랐다.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는 미리암 오레만스(네덜란드)에 2―0으로 승리.
‘테니스 요정’ 안나 쿠르니코바(러시아)는 바바라 쉐트(오스트리아)를 2―1로 꺾는 등 상위랭커들이 순조롭게 출발.
남자부에서도 6번시드 팀 헨만과 9번시드 그렉 루세드스키(이상 영국)는 아노 디 파스쿠알레(프랑스)와 제이슨 스톨텐버그(호주)를 3―1과 3―0으로 이겼다.
〈김호성기자·런던AP연합〉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