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프로야구「보배」 이승엽

  • 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0분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빅맥’ 마크 맥과이어의 한 시즌 70홈런 신기록으로 몇년전 선수노조 파업으로 급락했던 인기를 만회했다.

일본에선 ‘야구천재’ 이치로에 이어 ‘괴물신인’ 마스자카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프로야구의 붐을 이끌 선수는 누구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삼성 이승엽이다. 그는 74경기를 치른 29일 현재 34개의 홈런을 날렸다.

2.18경기당 1개꼴로 펜스를 넘겨 남은 58경기에서도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61홈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는 12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97년까지만 해도 신기록으로 남아있던 61년 로저 매리스의 홈런기록과 같다. 60년 역사의 일본으로 치면 왕정치가 64년 날린 55홈런 신기록을 능가한다.

‘저격수’라는 별명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이승엽은 23세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유연성, 힘, 타격리듬, 임팩트 요령, 침착성, 슬럼프 회복력, 빠른 두뇌회전 등 타자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그의 홈런레이스는 이제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야구계의 ‘재산’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가 시즌막판 또다시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홈런치기에 급급할테니 유인구를 던져 말려들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볼넷으로 거르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던지는 투수나 그렇게 지시하는 코칭스태프가 있다면 야구계는 모처럼 찾아온 중흥의 기회를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스스로 팽개치게 될 것이다. 기회란 자주 찾아오는게 아니다.

허구연(야구해설가) 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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