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븐포트는 그동안 윔블던테니스와는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6번 출전, 8강전에 2번 오른 게 최고의 성적. 96,97년에는 2회전에서 탈락,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1m88, 75㎏의 다부진 체격으로 베이스라인에 붙어 강력한 스트로크를 구사, 하드코트에서는 힘을 썼다. 그러나 ‘서브 앤드 발리’ 스타일이 유리한 잔디코트에서는 도무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랜드슬램 우승도 하드코트에서 열린 98US오픈이 유일.
절치부심. 데이븐포트는 최근 캘리포니아 뉴포트 비치의 집 근처에 잔디코트를 마련, 윔블던 정상의 꿈을 키웠다. 결국 그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4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코트에서 열린 여자단식 결승. 3번시드의 데이븐포트는 처음 오른 결승에서 대회 8회 우승을 노리던 슈테피 그라프(30·독일·2번시드)를 2―0(6―4, 7―5)으로 눌렀다.
무실세트로 우승한 데이븐포트는 우승상금 65만5200달러(약7억2000만원)를 받았다. 아울러 세계 랭킹 1위에도 훌쩍 올랐다.
반면 8번 오른 결승에서 87년 당시 18세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에 단 한번 졌던 그라프는 마지막 윔블던 참가로 예상되는 이번 결승에서 져 아쉬움을 삼켰다.
데이븐포트는 준결승에서 왼쪽 넓적다리를 다쳐 붕대를 감고 나온 그라프를 첫 게임부터 몰아붙였다. 그라프의 서비스 게임을 세번의 듀스 끝에 뺏은 뒤 착실히 게임을 따내 1세트를 33분만에 끝냈다.
1세트에서 첫 서브로 점수를 따낸 비율이 74%로 61%의 그라프에 앞선 것이 결정적 승인이었다. 또 특기인 그라운드스트로크도 구석구석을 찔렀다.
하늘도 데이븐포트를 도왔다. 그라프는 2세트 들어 서비스의 정확성을 높이며 착실히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켜 5―4로 앞서갔다. 바로 이때 소나기가 그라프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30분간의 경기중단으로 그라프의 어깨가 식어버린 것. 이후 그라프는 5―5 동점에서 2번의 듀스 끝에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데이븐포트에게 넘겨주었고 데이븐포트는 서비스에이스를 두개나 성공시키며 경기를 7―5로 마무리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