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홈런新 행진은 「단비」

  • 입력 1999년 7월 27일 18시 25분


“박찬호나 선동렬은 조금만 잘해도 매스컴이 대서특필을 하죠. 심지어 그들이 감기에 걸린 소식, 쇼핑이나 꿈꾼 얘기까지 소개가 돼요.”

“솔직히 국내 선수들은 김이 새지요. 이승엽의 홈런기록만 하더라도 해외파에 비하면 푸대접이에요. 이러다 보니 더욱 너도나도 해외진출을 꿈꾸게 되죠.”

이런 볼멘 소리를 후배 선수로부터 들을 때면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포츠 사대주의’에 중독돼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야구의 메이저리그, 축구의 분데스리가 등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활약하는 것도 좋지만 국내 스포츠 발전이 최우선이지 않을까. 장기적으로 볼 때 우수 선수의 배출은 국내 스포츠 인구의 증가와 인기 상승에 바탕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승엽의 홈런신기록 행진은 야구계에 모처럼 찾아온 귀하고 큰 선물이다. 이제 그의 홈런 하나하나는 그와 삼성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의 축제라는 점에서 그 상품가치는 실로 엄청나다.

그룹간, 감독간, 선수간의 잘못된 라이벌 의식으로 그와 정면대결을 피한다면 절호의 기회를 야구계 스스로 차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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