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연봉값 못하는 농구선수들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2분


“팀 훈련보다 ‘자신과의 전쟁’이 우선이지요.”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존스배 국제농구대회에 참가한 한국남자대표팀의 정봉섭단장. 현 대표팀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선우감독과 유재학코치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프로 용병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정단장은 3일까지 임시감독으로 대만B팀과의 경기를 진두지휘했다.

그로서는 실로 14년만에 대표팀을 맡은 것. 하지만 그는 3일 현지에 도착한 신선우감독에게 팀을 인수인계하면서 첫경기에 대한 ‘악몽’을 되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과체중으로 제대로 뛰지 못해 2진급인 대만B팀에 밀리다가 연장에서 간신히 이긴 것.

남자대표팀은 올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전력점검차원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28일부터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해야만 시드니올림픽 티켓을 따낼 수 있는데 우승은 고사하고 창피나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정단장의 안타까운 심정.

대만B팀의 기술고문인 전 한국대표팀 사령탑 정광석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상민과 서장훈의 연봉이 각각 2억2000만원이라고 했더니 대만선수들이 깜짝 놀래요. 대만B팀 엔트리 12명의 연봉을 모두 합해도 한사람 연봉밖에 안되거든요.”

한국남자농구가 프로화되면서 연봉은 천정부지로 솟은 반면 선수들의 ‘프로다운’ 자기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의 표현이었다.

국가대표선수에게 사명의식만을 강조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금전적 반대급부나 유명세를 앞세운 프로선수 위주의 대표선발은 재고돼야 한다는 소리가 커지고 있음도 사실이다.

〈타이베이〓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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