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8일 48호 홈런을 친 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했다.
“강병규 투수가 던진 체인지업이 제대로 구사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공의 실밥을 보니 회전이 좋지 않은 것이 눈에 띄었어요.”
시속 132㎞나 되는 빠른 공의 회전을 훤히 읽으면서 쳤다는 얘기인데 아마 많은 사람들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부진할 때에는 치는 순간 공 자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반면 컨디션이 좋을 때는 공이 실제보다 크게 보이거나 일시정지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필자도 선수시절 그 많은 타석 중 딱 두차례만 공이 정지된 상태에서 홈런을 친 적이 있다. 왜 두차례만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는 아직까지도 궁금하다.
그러고 보면 요즘 이승엽은 공의 회전을 읽으면서 속구 변화구 체인지업을 가려 칠 정도로 컨디션이 좋고 공을 몸 가까이 붙여놓고 스윙한다는 뜻이다. 이럴 때 투수들이 그를 압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속 150㎞대의 강속구로 승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강속구투수가 흔치 않다는 것. 그러니 홈런 행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어릴 때 공에 쓰여 있는 글자도 보고 쳤다’는 메이저리그 대스타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이승엽에 의해 지금 우리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승엽의 아시아신기록수립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