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삼척 계곡과 해안]산골오지 절경

  • 입력 1999년 8월 18일 18시 39분


막바지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국도7호선을 달려보자. 이 길은 부산에서 출발, 동해안을 따라 울산∼경주∼포항∼삼척∼동해∼강릉∼주문진∼양양∼속초∼간성을 지나 휴전선까지 이어진 총연장 531.6㎞의 긴 해안도로. 동쪽으로는 아름다운 바닷가와 항, 포구, 서쪽으로는 산과 계곡을 잇는 도로와 연결된다. 이 도로를 달리며 가 볼 만한 곳들을 강원도 삼척시와 경북 울진군 두 지역으로 나누어 2주간 소개한다.

개발에 개발이 거듭되는 국토. 그래도 아직 오지(奧地)는 남아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오지는 최근까지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였다. 환선굴(석회암굴)을 포함한 동굴지대(천연기념물)다. 그러나 관광동굴 개발로 마을안까지 포장도로가 생긴 뒤에는 가곡면 풍곡리의 덕풍계곡과 마을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덕풍계곡은 삼척시와 울진군경계에 있는 응봉산(해발 998.5m)서쪽 자락. 국도7호선에서 삼척시를 지나 남행하다가 원덕읍에서 지방도416호로 진입, 태백시 방향으로 달리다 만나는 가곡면 풍곡리에 있다. 계곡 입구에 서서는 오지의 느낌을 갖지 못한다. 아스팔트주차장, 모텔식 민박집, 유럽풍의 관광농원(모르쇠산장) 때문이다. 그러나 계곡에 들어서면 다르다. 6㎞ 계곡상류의 마을까지 이어지는 길 외에는 사람들의 손이 닿은 흔적이 별로 없는 원시상태 그대로다.

마을까지는 걸어서 1시간 30분 걸린다. 덕풍마을 민박집에 갈 경우에는 차량통행도 가능. 계곡은 산천어의 대량서식지로 맑고 깨끗한 물이 1년내내 흐르는 청정한 곳이다. 최근 마을 윗쪽의 용소골계곡을 찾는 오지트레커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계곡안은 바위 위를 흐르는 물줄기의 세찬 흐름으로 피어오른 물안개가 자욱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자연상태 그대로로 사람이 다녀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바위를 덮은 푸른 이끼도 진초록의 제 색깔 그대로다. 계곡은 오를 수록 협곡으로 변해갔다. 절벽의 바위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소나무도 눈에 띄었다. 산과 나무, 석탄이 많다해서 ‘삼방’이라 이름붙은 곳이다. 물가에 내려서니 한기가 느껴졌다. 계곡안에는 수영을 할만한 곳도 도처에 있었다.

계곡을 빠져 나가니 덕풍마을이 보였다.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이 ‘9년 흉년 뒤 곡식종자를 구하려거든 삼풍(三豊)을 찾아가라’했던 그 삼풍(삼방 풍곡 덕풍)이 바로 여기다. 현재 주민은 11가구에 26명. 민박집도 3가구나 있다. 그러나 민박집 주인은 한사코 전화번호 공개를 꺼린다. 몰려오는 외지인들로 마을의 평화가 깨질까 두려운 탓이다.

오지마을의 절경은 사실상 여기서부터다. 응봉산 비경이라 불리는 용소골이 여기서부터 3㎞ 상류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곳은 협곡으로 자일 등 전문등반장비 없이는 갈 수 없어 트레킹은 마을까지가 좋다.

◆ 여행정보

▽계곡입구 △영곡수퍼민박 0397―573―0978 △모르쇠산장 0397―572―4424 ▽가곡면 △가곡자연휴양림 0397―573―4657

◆ 여행상품

승우여행사는 21일 오후10시 서울을 출발, 덕풍계곡에서 덕풍마을까지 트레킹을 하는 무박2일 여행상품을 판매중. 추암해수욕장과 황영조기념관에도 들른다. 4만8000원(식사 2끼 포함). 02―720―8311

〈삼척=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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