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들꽃」 최태원…

  • 입력 1999년 8월 31일 19시 43분


삼성 이승엽이 귀족적이고 우아하게 느껴지는 ‘백합’이라면 쌍방울 최태원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티는 ‘들국화’에 비유할 수 있다.

이승엽은 팬을 몰고 다니는 국내 최고의 스타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어느 팀이 이겼느냐보다 그가 홈런을 쳤느냐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최태원은 고작 몇백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홈구장에서 연속경기 출장기록 경신에 외롭게 도전하고 있다. 그는 31일 현재 617경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개근해 올초 은퇴한 김형석이 보유하고 있던 622경기 연속출장 기록을 다음주에는 경신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꼴찌팀 소속의 그에게 팬들이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여 줄지, 구단은 어느 정도 이벤트를 연출해낼지를 생각하면 또 한차례 희비가 교차한다.

그는 홈런타자도 아니고 3할을 넘긴 것도 97년 딱 한번(0.306)뿐인 선수다. 그는 뛰어난 힘이나 재능보다는 근성 투지 성실함으로 버티는 선수로 그가 플레이하는 걸 보면 쌍방울 구단의 현 사정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 다시 한번 안쓰럽다.

이승엽이 부잣집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이라면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고학으로 장학생을 꿈꾸는 ‘조연’이다.

다음 주엔 그에게도 따뜻한 눈길과 뜨거운 박수를 보내줄 준비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국내 선수들은 스스로 팀을 선택하기 보다 꼼짝없이 계약을 해야만 하는 제도 아래 놓여있기 때문에 그에겐 더 큰 박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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