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호 설기현 나희근 안효연 등의 기량이 엇비슷한 탓도 있지만 미야모토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일자수비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 미야모토는 체격은 별로 크지 않지만 시야가 넓어 수비수를 리드하고 영리한 플레이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일본이 올림픽 1차예선 6경기에서 52득점에 실점은 단 하나에 그친 것도 미야모토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일자수비는 의외로 허점이 많다. 이동국보다 2선의 날개가 돌아들어가면 오프사이드 트랩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이때문에 허감독은 누가 날개로 더 적합한지를 놓고 고민했다.
결국 허감독은 이날 훈련을 끝낸 뒤 숙소에서 최종 결정했다. ‘파워와 스피드의 조화’를 선택한 것. 바로 99나이지리아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먼저 2패를 당한 뒤 말리전에서 효과를 본 설기현―나희근 카드.
설기현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갖췄다. 나희근은 1대1 돌파에다 스피드가 좋아 후반에 ‘조커’로 자주 써왔다.
허감독은 “설기현이 거친 몸싸움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고 나희근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효과가 클 것”이라며 “이동국도 몸싸움에 약한 미야모토를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면 찬스가 많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감독은 후반에는 이들을 대신해 신병호 안효연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적인 감각의 슈팅이 돋보이는 두 선수에게 ‘저격수’ 역할을 맡기는 것.
한편 허감독은 특정선수에 대한 전담마크 대신 공조수비를 강조했다. 아시아 최고의 미드필더 나카타만 신경쓰다 보면 나카무라, 모토야마 등을 놓칠 수 있기 때문.
허감독은 “이번 경기가 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둔 평가전성격이지만 라이벌전이니만큼 팀 사기를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최선을 다해 기필코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도쿄〓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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